일본 후지TV가 지난 6일 보도한 체조선수 폭행 영상. 일본 체조 국가대표 미야카와 사에(왼쪽)가
하야미 유토 코치에게 뺨을 맞고 있다. 일본 후지TV 방송 화면촬영
체조 코치가 선수의 뺨을 때렸다. 다른 선수들이 있는 훈련장에서였다. 선수의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코치는 힘을 실어 손바닥을 휘둘렀다.
어느 형태로든 용인되지 않는 폭력에서 그나마 일부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체벌’ 수준을 넘어섰다.
‘파와하라(パワハラ·Power Harassment)’. 힘으로 괴롭힌다는 뜻이다. 일본은 지금 뒤늦게 폭로된 체조계 파와하라 사건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피해자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했던 일본 체조 국가대표 미야카와 사에. 가해자는 그를 지도한 하야미 유토 코치다.
하야미 코치는 올림픽을 앞둔 2015년 체조 훈련장에서 지도를 이유로 미야카와를 폭행했다.
미야카와는 현재 18세, 사건 당시 15세였다. 논란은 3년 뒤인 지난달 일본체조협회가 하야미 코치에게 중징계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다만 논란의 전개가 복잡하다. 갑질에서 새로운 갑질로 꼬리를 무는 식이다.
미야카와는 자신을 때린 하야미 코치를 두둔하고 있다. 그는 “누군가가 선수단의 내분을 꾀하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 대상으로 협회 고위직 간부인 쓰카하라 미쓰오 부회장과 쓰카하라 지에코 본부장을 지목했다.
이들은 부부다. 미야카와의 주장을 종합하면, 하야미 코치의 파와하라는 쓰카하라 부부의 파와하라에 악용됐다.
일본에서 파와하라는 물리적인 폭력 외에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압력, 우리식으로 ‘갑질’을 설명할 때도 사용된다.
쓰카하라 부부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하지만 일본 방송사 후지TV가 지난 6일 미야카와의 폭행 피해 영상을 보도하면서
대중의 비판은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영상에서 하야미 코치는 미야카와를 훈련장 한쪽 벽면에 세우고 뺨을 때렸다.
폭행은 최소 두 차례 이뤄졌다. 맞을 때마다 고개가 돌아가거나 뒷걸음질을 치던 미야카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하야미 코치 앞에 섰다.
영상은 훈련장에 있던 누군가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은 곧 공분으로 이어졌다. 체조복만 입은 미야카와의 무기력한 모습이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쓰카하라 부부에게 집중됐던 대중의 눈총은 다시 하야미 코치에게 돌아갔다.
정작 이 모든 상황의 피해자인 미야카와는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야카와는 자신의 폭행 피해 영상이 폭로된 뒤 “지금 훈련할 심리상태가 아니다.
세계 체조선수권대회 국가대표 후보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