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머전은 보다시피 파워드슈트를 걸친 초인 병사와 공중전함들이 자웅을 겨루는 헬지옥도였다
지구에서 가장 에듀케이티드한 게임 회사에서 주장한 고증이니까 반박하지 마라 사실이다
근데 스페이스마린이건 스파르탄이건 사람은 밥을 먹어야 전쟁질을 하는 법인데 일차머전의 밥은 참호전만큼이나 끔찍했었다
영국이건 주로 영길리들이 먹던 통조림 '매커너히'다
이 새끼가 어떤 음식인지는 이걸 먹던 영길리들의 반응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데 장어젤리 같은 걸 맛있다고 먹으며 살아온 그 영국인들이 이 머카나키한테 붙인 별명이 이거다. '살인마man-killer'
그 영길리들이, 수백 년의 역사 동안 혓바닥를 작살내오며 온갖 끔찍한 요리를 견뎌온 영국인들이 치를 떨며 이걸 먹으면 죽는다고 지랄을 했던 맛이다
도대체 얼마나 끔찍한 것일까
사실 머카나키 자체는 생각보다 괜찮아보이는 요리다
일단 고기에 환장하는 영길리군한테 보급하는 음식답게 소고기가 왕창 들어가있는 고기수프에다 감자, 무, 당근 따위도 들어가 있다
통조림에는 요리 설명서도 같이 동봉되어 있는데 그 방식이 좀 기괴하긴 해도 일단 제대로 된 요리는 맞음
대충 깡통째로 데우고 통조림 위에 떠오른 기름으로 감자랑 야채 볶아서 나중에 한꺼번에 말아먹는 방식인데 좀 영국스럽네
아무튼 그래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제대로 만들기만하면
문제는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음
좆같지 않은 전쟁이 어디있겠냐만은 1차머전은 좆같은 전쟁 중에서도 씹헬스런 전쟁이었는데 바로 참호전 때문에 그렇다
먹는 것만 해도 그렇다 지붕 없어서 눈비 그대로 쏟아지고 물은 무릎까지 올라오고 쥐새끼들이 그래-그래를 외치며 뛰어다니고 대가리 위로는 24시간 내내 포탄이 날아댕긴다 이런 환경보다 요리에 덜 적합한 환경이 없음
이런 환경에서 느긋하게 병사 개개인이 머카너키를 까고 데워서 먹는다는 건 말도 안 됨
그런고로 이렇게 존나 큰 접시에 한꺼번에 통조림 까담고 한꺼번에 조리해서 분출하는 식으로 짬밥을 만들게된다
요리의 절대적인 법칙은 한 번에 만드는 양이 많을 수록 맛이 개씹창난다는 건데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근데 이것만으로 마카너키가 살인마라는 별명을 얻은건 아님. 영국인의 혓바닥은 이 정도로 굴복하지 않는다.
다들 알겠지만 밥을 하면 연기가 나고 연기가 나면 적이 보게된다. 그리고 적들은 밥 짓는 연기 보면서 우왕 우리도 배고프다 이런 생각을 하는 대신 바로 대포 끌고와서 포트리스를 시작한다.
적이 보이는 대서 밥을 할 수는 없으니 전선에서 먼 곳에서 밥을 만들어야 됨. 어느 정도로 먼 곳?
대충 수십km다.
즉 최전선에서는 20km를 걸어서 배달된 식어빠진 국을 먹게 된다.
당장 만들어질 때는 이렇게 그럴싸해보이는 비쥬얼을 가지고 있지만 이게 차가운 겨울 날씨나 비 쏟아지는 장마철에 수십킬로미터를 걸어 배달된다고 생각해보자
식는게 문제가 아님
이거 고깃국임 그리고 고깃국엔 지방이 들어간단 말이야 지방이 식어서 감자 당근 고기에 늘러붙고 흘러내리고 굳어버리고 그 와중에 날씨 안 좋으면 심지어 얼어붙기까지 하면서 묵묵히 걸어서 배달을 간다고
결국 최전선에서 받게되는 물건은 어떤 꼬라지가 날까 차라리 통조림이 아니라 통조림깡통이 더 맛있는 꼬라지가 될 수 밖에 없다
히에잉
고깃국이 아니라 고기지방 속에 묻혀있는 당근이랑 감자를 파먹는 신세가 되면 아무리 영길리들이라도 지랄을 하고 싶어진다
물론 모든 군대가 그렇듯이 윗대가리한텐 알 바 아님
어차피 자기들은 후방에서 스테이크 썰거든
마카너키를 맛있게 만들려는 노력은 온건히 불쌍한 흙수저 사병들의 몫이다
그래서 영길리 병사들은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서 조그만 버너를 사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 버너로 고형물이 되어버린 식사를 다시 데우는 거임
이러면 적어도 먹을 수 있는 물건이 되니까. 밥 오면 전부 모아다가 양동이 같은데 처넣고 난로 위에서 다시 끓이는 거다
아까 연기 나면 포격 당하지 않느냐는 게 떠올랐을 텐데 물론 당하지
근데 포탄이 날아오면 맞아 죽을 '수도' 있지만 가만히 앉아서 지방 속에 파묻힌 감자 빼먹으면 확실하게 죽는다고 생각한 영길리들은 그딴 거에 신경쓰지 않았음
비참하네
근데 영길리들은 먹는 걸로 따지면 제일 덜 비참한 국가였음
왜냐면 원시-낙찌년들은 이거보다 더 심했으니까
원시-낙찌팀 순무
이 전쟁에서 처발리고도 몇년 지나지도 않아서 또 2머전 일으킬 병-신 독일년들은 영국군보다도 훨씬 비참했다
영길리들은 죽을 정도로 맛없는 걸 먹고 싸웠지만 얘들은 먹을 게 없어서 죽었음
무역에서 왕따 당하니 전국민이 먹을 게 없어서 다들 굶어뒤지기 시작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날씨가 역대급으로 씹창났음.
전쟁하느라 바빠죽겠는데 식량까지 오링나버린 것이다. 얼마나 날씨가 씹창이었냐면 니들 배고플 때 딱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이
감자잖냐. 감자는 개씹좆같은 상황에서도 잘 자라니까. 근데 그 감자까지 좆되버려서 다 뒤졌을 정도다
독일은 난리가 났다
독일에서 살아남은 먹을 것이라곤 가축 처먹이는 용도로 주로 기른 순무 뿐이었음
딱 봐도 맛이 상당히 좆같아보일 것이다. 근데 이걸로 전국민은 물론이고 전장에서 총질하는 군바리까지 먹여살려야 함. 하루종일 총질하다가 간신히 밥시간 됐는데 나오는게 무 끓인거 4등분한거다. 당연하지만 이런 횡포 용납 못하는데스를 외치며 낙찌년들의 사기는 수직낙하하기 시작했음
그래서 독일 윗대가리들은 고민 끝에 꼼수를 부린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몇달 전부터 보-지도 못했던 빵이 보급되기 시작한거임
낙찌년들은 아주 씬이 나서 빵에 달려들었는데 그게 좀 이상했다. 빵이 존나 가벼운거야 맛도 존나 개씹창이고 흐물거리고 거기다 먹어도 배가 하나도 안 참
뎃? 식품위장인데스?
물론 당연히 식품위장이 맞았음. 빵이랍시고 가져다 준게 알고보니 빵이 아니었던 거임
이 식품위장빵은 사실 밀가루가 아니라 순무를 바짝 말린 다음에 갈아서 뭉친 다음 쪄낸 순무뭉침이었음. 즉 빵처럼 생겼을 뿐인 찐무였던 거지. 이딴 걸 처먹었으니 배는 하나도 안 차는데 맛은 더럽게 없고 영양분도 씹창이라 픽픽 낙찌년들이 쓰러졌지
낙찌년들이 식품위장은 용서 못한다며 지랄을 하자 윗대가리들은 마치 선심이라도 배푸는 듯이 이번엔 버터를 가져다 줬음
아무리 맛 없어도 일단 버터를 발라먹으면 뭐든지 괜찮아지잖아
버터를 받아든 낙찌년들은 히히덕거리면서 버터를 순무뭉치에 발라먹기 시작했는데 또 버터맛도 이상했다
버터에 기름기가 하나도 없고 식감도 아삭거리는 거야 맛은 당연히 개씹창이고
뎃? 식품위장인데스?
물론 식품위장이 맞았지
버터도 순무였음! 걍 순무 즙에서 물기 좀 뺀 걸 버터라고 생각하면서 발라먹으라고 준 거다. 즉 빵에 버터 발라먹으라는게 알고 보니 순무에 순무즙을 발라먹던 것이었음
참고로 순무는 워낙 영양가가 씹창이라 배불러 터진 현대인들은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쓰는 놈들이다
그리고 낙찌년들은 별로 강제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음
그래서 광기로 가득찬 1차머전의 기묘한 장면이 연출되게 된다
독일인들이 영국인 음식을 뺏어먹으려고 닥돌하는 끔찍한 장면이 말이다
실제로 1차머전에서 독일군이 참호를 뺏으면 제일 먼저 하는게 통조림 수색이었다. 영길리들이 먹는 건 위에서도 보다시피 적어도 고기이긴 했으니까 수년동안 순무만 처먹으면서 강제비건화된 독일년들에겐 눈뒤집어질만한 진수성찬이었던 거임
아마 영국 음식이 다른 국가에게 노려진 최초이자 최후의 사건이 아닐까